본문 바로가기

수필

준동하려는 친문

1. 한국 정치의 역설: 친문 세력, "보수와 진보"의 경계에 선 존재

한국 정치에서 "친문(親文)"은 매우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한다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보수 진영과 일부 진보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날카로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파적 공세를 넘어, 한국 정치가 겪고 있는 이념의 경계와 권력의 실체 사이의 구조적 긴장을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보수 진영, 특히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은 친문 세력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규정하며, 문재인 정부의 인사 운영을 집중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임종석, 양정철, 이호철 등 이른바 "3철"을 비롯해 조국, 장하성 등 청와대 핵심 보직과 내각의 상당수가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점, 그리고 임기 말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배치, 이른바 "알박기"는 능력보다 충성에 기반한 권력 운영이라는 비판을 낳았습니다. 이는 민주적 절차보다는 개인적 충성망에 의존하는 한국 정치의 오랜 관행에 대한 비판으로, 특정 인물이나 세력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권력 구조 자체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민주당 외부의 진보 진영, 진보당 계열과 일부 노동·평화 운동권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친문 세력을 비판합니다. 그 핵심에는 2012년 통합진보당(통진당)의 2차 분당과 2014년 통진당 해산이라는 역사적 경험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시 국민참여당계, 노무현과 참여정부 출신, 그리고 일부 인천연합 등이 탈당해 진보정의당, 현 정의당, 을 창당한 과정은, 일부에서 "셀프 제명"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진보 진영의 분열을 심화시켰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친문 세력은 진보의 이름으로 진보를 분열시키고, 실용적 중도 노선으로 진보를 희석시켰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 평화·대북 정책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팬덤 정치, 내부 비판 억제, 노동·복지 정책의 후퇴 등을 들어 진보 가치의 희석이자 진보의 탈을 쓴 권력 독점으로 인식했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비판은 모두 친문 세력의 권력 지향성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접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성격은 분명히 다릅니다. 보수의 비판은 주로 정부 운영과 인사 행정의 투명성 및 공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진보 진영의 비판은 정치적 정체성과 이념적 연속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두 비판을 동일선상에서 권력 챙기기라는 본질로만 축약하는 것은, 각 비판이 함의하고 있는 정치적·역사적 맥락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친문 세력은 노무현 유산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세력이면서도, 보수에게는 좌파적 권력 독재로, 진보에게는 분열과 배신의 주범으로 동시에 매도되는 아이러니한 위치에 서 있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정치가 이념과 실용, 권력과 도덕 사이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2. 민주당, 계파 정치의 구조적 딜레마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그 전신인 민주계 정당은 오랜 기간 계파 갈등의 역사를 겪어왔습니다. 김영삼계와 김대중계의 대립에서 비롯된 이 구조는, 이후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친명(친이재명) 등으로 그 양상이 변화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계파 갈등을 두고 때로는 "분열 종자"라는 강한 표현으로 규정하기도 하지만, 이는 단순히 개인적 권력 욕심이나 본질주의적 시각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서 각 계파가 형성된 지역적 기반, 호남과 영남 등, 민주화 운동의 계보, 민주당계, 운동권, 시민사회 등, 그리고 집권 과정에서 축적된 정치적 자산과 네트워크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각 계파는 서로 다른 정치적·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당내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이는 특정 인물이나 세력의 의지와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존재해 온 현상입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정당 내 계파는 때로는 독점적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로 기능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내부 소모적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이러한 내부 계파 갈등은 보수 진영, 국민의힘과의 대결 구도에서 민주당의 일관된 전략 수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해질 때마다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리고, 선거 전략이 내부 정치에 휘둘리는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보수 진영이라는 외부의 공통된 적이 존재할 때는 계파 간 갈등이 봉합되고 위기 속 단결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는 민주당 내부의 계파 갈등이 단순한 분열이 아니라, 외부 환경에 따라 그 강도와 양상이 달라지는 유동적이고 관계적인 현상임을 의미합니다.

더 넓은 진보 진영, 진보당, 정의당 등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선거 때마다 연대와 단일화가 논의되지만, 정권 획득 이후에는 정책적 차이와 권력 배분 문제로 갈등이 재점화되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는 민주당이 중도 실용을 표방하는 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진보 진영과의 이념적 연대 사이에서 구조적으로 놓여 있는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이를 단순히 분열의 책임이나 배신의 문제로 귀결시키는 것은, 각 주체가 처한 정치적 조건과 전략적 선택의 복잡성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민주당은 지역주의라는 암묵적 뿌리와 계파 정치의 오랜 전통 속에서, 보수 세력을 제압할 만한 통합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3. 지방선거를 앞둔 친문 세력: 재편의 움직임, 그 의미와 한계

6·3 지방선거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세력의 움직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ABC론’이나 송영길 전 대표의 "친문이 이재명 낙선을 바랐다"는 발언 등은 친문 진영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당내 긴장을 높이고 있습니다. 친문 세력은 현재 민주당 내에서 명시적 주류의 위치는 아니지만, 여전히 상당한 조직적 기반과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임종석, 양정철, 이호철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실세들과 민주주의 4.0 연구원, 친문 성향 의원 연구단체, 그리고 유시민, 김어준 등 미디어/스피커 그룹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네트워크는 단순한 파벌을 넘어 하나의 정치적 생태계에 가깝습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캠코더 인사"와 "알박기" 논란의 주역들이었던 이들은, 현재는 당내 주류 자리를 잃었지만 여전히 외곽 조직과 강성 지지층을 바탕으로 세력 재편의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이들은 과거와 유사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짜 민주 세력’이라는 정체성 프레임을 활용해 내부 균열을 확대하거나, 온라인 강성 지지층, 이른바 "문빠"나 "달빛기사단"을 동원한 여론전을 펼치는 전략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관찰된 바 있습니다. 갈라치기와 문빠적 투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러한 방식은, 민주당 내부에서 A, 진보 지지층, 와 C, 친명 유입층, 를 구분하며 "진짜 민주 세력은 우리"라는 분열 논리를 퍼뜨리고, 특정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과 좌표 찍기를 통해 여론을 주도하려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의 정치적 맥락이 과거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당내 권력 구도는 재편되었고, 유권자의 정당 일체감과 정치적 충성도 또한 과거에 비해 더욱 분화되고 유동적인 상태입니다.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친문 지지자들이 집중적으로 개입할 경우 지역별로 "문빠 대 친명"의 대결 구도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과거의 프레임이 현재의 선거 국면에서 그대로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따라서 과거의 "문빠 대 반문빠" 프레임을 현재의 지방선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친문 세력의 움직임이 실제로 선거 결과에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지는, 이들의 조직력과 현재 당내 지형, 그리고 유권자의 선택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결국 친문 세력의 준동이 지방선거를 단순한 지방 권력 재편이 아닌 민주당 내부 권력 재편의 전초전으로 만들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갈라치기와 내부 투쟁이 본격화될 경우, 민주당은 보수 세력을 상대할 에너지를 내부 분열로 소모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지방선거 결과가 친문 세력의 정치적 재기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더 깊은 균열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분열의 씨앗이 다시 싹트는 순간, 한국 정치의 양극화와 무기력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구조를 냉정하게 직시할 때, 우리 정치가 한 걸음 나아갈 실마리가 보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