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 다가오는 새로운 "금융 위기"
여러분, 혹시 이런 생각 해보셨나요? '뉴스에서 늘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내 월급통장은 왜 그 소식을 못 느끼지?' 또는 '주식은 계속 오르는 것 같은데, 왜 나만 빼고 다 부자 된 기분일까?'
사실 지금 월스트리트(미국 금융 중심지, 우리나라의 여의도 같은 곳) 안에서는 큰일이 터지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어요. 골드만삭스(세계적 투자은행)의 전 CEO가 최근 블룸버그(경제전문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한 번 큰 금융 위기가 곧 닥칠 것 같다.
뭐, 항상 그들이 하는 얘기가 이런 위기감 조성이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이번 위기는 2008년 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미국의 못 갚을 서민 주택대출이 뭉쳐진 폭탄)처럼 단순한 은행 위기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바로 '사모 대출(Private Credit,은행이 아닌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등이 49인 이하의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비공개 방식으로 기업에 직접 대출해주는 대체투자 상품 )'이라는 산업에서 불이 나려 하고 있습니다.
이게 뭘까요?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은행이 너무 규제가 심해지자, 월스트리트의 큰 손들이 "우리가 직접 기업에 돈을 빌려주자"고 나선 겁니다. 마치 동네 저축은행이 아닌, 사촌 형님에게 돈 빌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규제도 거의 없고, 조건도 자유롭죠.
문제는 이 ‘사모 대출’ 시장이 눈 깜짝할 사이에 3조 달러(우리나라 예산의 수십 배 규모)로 커졌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돈이 어디로 갔을까요?
건강한 기업이 아니라, 이미 숨 쉬기 어려운 '부실 기업'들에게 들어갔습니다.
한 실생활 예를 들어보죠.
여러분 동네에 거의 장사가 안 되는 "공치는 치킨집"이 있습니다. 사장님은 빚에 시달리죠. 그런데 어느 날, 사촌 형님이 나타나서 말합니다. "형님이 1억 빌려줄게. 대신 이자는 좀 높아." 치킨집 사장은 당장 급하니까 빌립니다. 하지만 장사는 여전히 안 됩니다. 결국 빚을 못 갚습니다. 사촌 형님도 돈을 잃습니다.
그런데 이 "사촌 형님"이 전 세계 연기금(우리의 국민연금 같은 것)이나 큰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서 대출해준 큰 회사라면? 그 한 곳의 부실이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은행과 다른 산업 전체로 감염이 아닌 "전염"(Contagion)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지금 미국에서 목격되고 있는 위기의 전주곡입니다.
이제부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하나씩 파헤쳐 보겠습니다.
2008년 위기의 해결책이 낳은 폰지 사기
자, 그럼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이 큰 빚을 진 친구를 도와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내 빚 때문에 죽겠어. 좀 빌려줘" 하길래, 여러분이 돈을 빌려줬더니 그 친구는 빚을 갚는 게 아니라 도박장으로 가서 다시 판돈을 만듭니다. 이상합니까?
그런데 이게 바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문제는 2008년이 아니라, 그 다음 해인 2009년에 시작됐다.
왜냐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미국 은행들은 이미 "마이너스 자기자본(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순자산이 0 미만인 상태, 즉 빚 진 상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은행이 가진 돈보다 빚이 더 많았다는 뜻입니다. 우리 동네 작은 가게가 그렇다면 망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문제는 이게 미국 경제의 심장인 은행들이었다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했을까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격)는 기적 같은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바로 "제로 금리 정책(ZIRP)"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은행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 이자를 거의 받지 않겠다는 겁니다. 거의 0%에 가까운 0.1%의 금리로 말이죠.
쉽게 풀어볼게요.
여러분이 은행주인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여러분 은행은 망하기 직전입니다. 그때 한국은행이 나타나서 말합니다. "자, 여기 100억이 있다. 이자 연 0.1%만 내면 가져가라. 그리고 이 돈으로 주식이랑 부동산이나 좀 사라. 그러면 시장이 좀 살아나겠지?"
여러분은 어떻게 할까요? 급하니까 당장 빌립니다. 0.1%는 사실상 공짜나 다름없으니까요.
이제 은행들은 두 가지 방법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도 돈을 버는 방법
은행은 연준에서 0.1%로 빌린 돈을 그대로 연준에 다시 예치해 둡니다. 그럼 연준이 이자를 줍니다. 생각해보세요. 빌린 돈으로 다시 예금해두면 이자가 생깁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빌린 이자는 0.1%인데, 받는 이자는 더 높으니까요. 말 그대로 "자는 동안 수익"이 생기는 겁니다.
마치 여러분이 친구한테 천만 원을 이자 1%로 빌려서, 그 돈을 그대로 다른 은행에 이자 3%로 예금해두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 일도 안 했는데 2%의 차익이 남는 거죠. 이게 현실에서 가능할까요? 일반인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가능했습니다.
둘째, 일반 서민이나 기업에 꾸겨주며 돈을 버는 방법
은행은 0.1%로 빌린 돈을 이제 일반 사람들에게 5%, 7%, 때로는 10% 이상의 이자로 대출합니다. 이 차이(은행이 버는 이익)를 "이자 마진"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말하는 "돈놀이", "고리대금업"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여러분이 편의점을 합니다. 도매가 500원인 음료수를 1,500원에 팝니다. 여기서 1,000원이 마진이죠. 은행도 똑같습니다. 0.1%에 사서 5%에 팝니다. 남는 게 바로 은행의 이익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은행이 이 돈으로 무엇을 지원했는가입니다. 과연 은행들이 이 돈으로 새로운 공장을 짓고, 기술을 개발하고, 일자리를 만들었을까요?
아닙니다....
은행들은 이 싸고 풍부한 돈으로 이미 있는 부동산, 이미 발행된 주식, 이미 팔고 있는 채권들을 사고팔았습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빵을 굽는 게 아니라, 기존 빵을 서로 돌려 먹으며 가격만 올린 셈입니다. 이해되시죠?
이렇게 해서 미국 경제는 겉으로는 살아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뼈대는 온통 빚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결국 폰지 사기(Ponzi scheme, 뒷사람 돈으로 앞사람 이자를 갚는 사기 방식)와 똑같은 길을 걷게 됩니다.
왜 그런지, 알아보겠습니다.
약탈적 금융 시스템의 작동 방식
이제 본격적으로 돈이 어떻게 사람들을 등쳐먹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은행이 돈을 빌려주면, 그 돈으로 공장을 짓고, 기계를 사고, 사람을 고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부모님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 가라"고 하시는 것처럼, 돈은 성장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배우니까요.
그런데 허드슨 교수는 말합니다.
아닙니다. 지금 미국과 영국 은행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사실입니다. 은행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이미 누군가 가지고 있는 것(부동산, 주식, 채권)을 담보로 다시 돈을 빌려줍니다. 쉽게 말해, 여러분이 이미 가지고 있는 집이나 자동차를 보고 "그거 팔아서라도 갚을 수 있을테니, 일단 돈부터 빌려드림" 하는 방식입니다.

이게 왜 문제일까요?
여러분이 빵집을 합니다. 그런데 은행이 "빵 굽는 오븐 사는 데 돈 빌려줄게"가 아니라, "네가 가진 빵집 건물을 담보로 돈 빌려줄게. 그런데 그 돈으로 오븐 사지 말고, 이미 지어진 다른 빌라나 사는 거라면 빌려주는 거야"고 하는 겁니다. 빵집은 발전하지 않고, 부동산 가격만 오릅니다.
이 빈 틈을 타고 등장한 게 바로 사모펀드(Private Equity)입니다. [사모펀드(Private Equity, PE)는 비공개로 자금을 모아 기업 주식 등에 투자하는 '자본/투자 행위' 자체를 통칭하며,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PEF)는 그 자금을 운용하는 '특정 투자 기구(펀드)'를 의미합니다. 비유하자면, PE: 아파트를 기획하고 지어서 가치를 올리는 '건설사(브랜드)' 자체입니다. PEF: 그 건설사가 특정 지역에 짓고 있는 '특정 아파트 단지(프로젝트)'입니다. 투자자들은 건설사의 실력을 보고 해당 아파트 단지 사업에 돈을 태웁니다. ]
사모펀드를 쉽게 말하면 '돈을 모아서 회사를 사들이는 투자 클럽' 입니다. 그런데 이 클럽의 목표는 회사를 더 잘 운영하는 게아닙니다. 회사를해체해서 이익을 짜내는겁니다. 한국에서도 MBK 파트너스 사건이 그 예입니다.

더 전형적인 사례가 영국의 템스 워터(Thames Water)입니다. 런던 사람들이 먹는 물을 공급하는 회사였죠. 거의 공기나 다름없는 필수 시설입니다. 사모펀드가 이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무슨 짓을 했을까요?
상상해보세요.
여러분 중에 동네에서 30년 동안 운영해온 '효자 병원'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환자도 많고, 간호사들도 열심히 일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큰 투자 회사가 찾아와서 이런 제안을 합니다.
"사장님, 병원 건물 저희한테 팔지 않으시겠어요?"
"무슨 소리? 병원 건물 팔면 어디서 진료하지?"
"걱정 마세요. 건물은 저희가 갖고, 사장님은 저희한테 월세를 내면서 계속 병원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건물 팔아서 번 돈으로 특별 보너스도 드릴게요."
사장님은 생각합니다. "건물은 그대로 있으면서, 당장 큰돈도 들어오네? 이거 괜찮은데?"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 건물을 팔았으니, 이제 병원은 땅주인(사모펀드)한테 월세를 내야 합니다.
> 사모펀드는 다시 "운영자금 필요하시죠?" 하면서 높은 이자로 대출을 해줍니다.
> 대출을 받으면 수수료와 관리비를 또 뗍니다.
> 월세를 한 번이라도 밀리면 연체료가 폭탄처럼 붙습니다.
결과는 뻔합니다. 병원은 매달 나가는 돈(월세+이자+수수료)이 들어오는 돈(진료비)보다 많아집니다. 결국 병원은 망합니다. 환자들은 다른 데로 가고, 간호사들은 실직합니다. 그런데 사모펀드는? 이미 건물을 싸게 사서 비싸게 월세받고, 수수료 챙기고, 망하기 직전에 자산을 또 다른 데 팔아버립니다.
이렇게 회사를 망가뜨리는 방식을 두고 영어에 재미있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입니다.
발음도 이상하지만 뜻은 더 황당합니다. 이 단어의 느낌을 풀어보자면:
> 여러분이 타던 버스가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바뀌고 나서 냉난방이 안 되고, 도착 시간은 안 지키고, 기사님은 피곤해 보이고...
> 여러분이 즐겨 보던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광고가 5개씩 붙고, 영상 퀄리티는 떨어지고...
> 여러분이 자주 가던 동네 식당이 있습니다. 재료는 줄이고, 가격은 올리고, 직원들은 갈아치우고...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죠? 이런 경우는 의외로 많습니다.
이 모든 현상을 한 단어로 '엔시티피케이션'이라고 합니다. 서비스는 나빠지고, 가격은 올라가고, 직원만 더 힘들어지는 현상 말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뒤에는 "어떻게 하면 회사를 더 망가뜨려서 단기적으로 돈을 더 뜯어낼까?" 고민하는 사모펀드가 있습니다.
이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기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기업을 약탈하는 것입니다. 마치 벌집을 통째로 가져가려는 곰과 같습니다. 벌들은 벌집을 잃고, 꿀은 곰이 다 먹습니다.
그런데 이런 약탈이 부자가 되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굳어지면서, 경제 전체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특히 미국에서요.
그 결과가 무엇일까요?
금융 이익의 편중과 실물 경제의 황폐화
자, 여기서 잠깐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이 작은 제과점을 합니다. 하루 종일 반죽하고, 굽고, 손님 받고... 정말 힘들게 장사를 합니다. 그런데 한 달 결산을 해보니 1,000만 원의 순이익이 남았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이 돈으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아마도:
> 낡은 오븐을 새 걸로 바꾸거나,
>점원을 한 명 더 뽑거나,
> 아니면 매장을 좀 더 넓히거나...
이렇게 하면 장사가 더 잘되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고, 동네 경제도 조금씩 살아나겠죠.
그런데 사모펀드가 장악한 미국 기업들은 정반대로 합니다.
미국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의 92~94%를 새로운 투자에 쓰지 않습니다.(밑줄 쫙)
대신, 이 돈의 거의 전부를 두 가지 곳에 씁니다.
첫째, 배당금(Dividend)으로 주주들에게 나눠줍니다.
주주들은 그냥 앉아서 주식을 가지고 있기만 해도 돈이 들어옵니다. 일한 게 없는데 말이죠. 마치 여러분이 빵집에서 일은 안 하고, 그냥 예전에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월급을 타는 격입니다.
둘째, 자사주 매입(Stock Buyback)이라는 걸 합니다.
이건 좀 교활한 수법입니다. 쉽게 설명해 볼게요.
피자 가게를 생각해 보세요. 피자 한 판이 8조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각 조각을 '주식 1주'라고 합시다. 피자 가게가 장사가 잘돼서 8만 원을 벌었습니다. 그럼 주식 1조각당 1만 원씩의 이익이 발생한 셈이죠.
그런데 피자 가게가 돈으로 피자 조각을 2개를 다시 삽니다. 그럼 전체 피자 조각은 6개로 줄어듭니다. 그런데 벌어들인 돈은 여전히 8만 원입니다. 그럼 이제 주식 1조각당 이익은 1만 원이 아니라 1만 3천 원이 됩니다.
자, 여기서 질문입니다.
피자 가게가 실제로 더 잘된 걸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아니요"입니다. 피자 판 조각이 줄어들어서, 같은 돈을 나눠 가질 사람이 줄어든 것뿐입니다.
이게 바로 자사주 매입의 핵심입니다.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여서 시장에서 없애버리면, 남은 주식들의 가치는(적어도 계산서상으로는) 올라갑니다. 주가는 오르고, 주당 순이익(EPS, Earnings Per Share)도 증가하는 착시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공장이 늘어난 것도, 새로운 기술이 개발된 것도, 일자리가 생긴 것도 아닙니다.
허드슨 교수는 이것을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라고 부릅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중요한 핵심입니다.
땅주인이 아무것도 안 하고 땅값이 올라서 돈을 버는 것, 집주인이 집을 유지하는 데 아무 노력도 안 했는데 월세가 오르는 것, 여러분이 아무 일도 안 했는데 예전에 산 주식 가격이 올라서 돈을 버는 것...이렇게 노동 없이, 생산 없이, 그냥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생기는 소득을 '지대'라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미국 기업들은 돈을 벌면, 그 돈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신, 이미 부자인 주주들에게 더 많은 돈을 나눠주거나, 계산상 주가를 조작해서 올리는 데 썼습니다.
그렇다면 이 돈은 결국 어디로 흘러 갔을까요?
가장 부유한 10%의 호주머니로 쏠렸습니다. : 2009년 이후, 금융 자산(주식, 채권, 파생상품)은 엄청나게 불어났습니다. 마치 하늘 높이 쌓아 올린 종이탑 같았죠. 하지만 그 탑의 꼭대기에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를 보면...: 미국 인구의 40%는 저축이 전혀 없습니다. (여러분은 저축이 얼마나 있습니까? 그 저축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입니까?)
미국인들 월급 통장을 열어보면 0원입니다.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하거나, 차가 고장 나거나, 집 수리가 필요하면 바로 파산입니다. 한 달만 월급이 밀려도 노숙자가 될 수 있는 삶입니다. 한때 '중산층'이라고 불리던 미국 인구의 60~80%는 생활 수준이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물가가 오르면서 실제로는 떨어졌습니다. 1980년대에 중산층은 내 집도 있고, 아이들 대학도 보내고, 여름 휴가도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중산층'은 그냥 돈을 저소득층보다 조금 더 많은 월급쟁이일 뿐입니다.
저는 있는 그대로 말씀들릴 뿐입니다. 과장도 축소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20년 전에 아버지와 같은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집값은 3배, 등록금은 4배, 병원비는 5배로 올랐습니다. 여전히 '중산층'일 수 있을까요?
허드슨은 말합니다.
미국에는 더 이상 중산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채무자들만 있을 뿐이다.
은행과 사모펀드는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그들의 빚을 갚는 기계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 기계가 멈추는 순간, 종이탑은 무너질 것입니다.

이제 그 종이탑이 무너지는 신호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폰지 사기의 붕괴 징후
자, 이제 우리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즉 :
은행들이 0.1%의 돈을 풀었고, 그 돈으로 사모펀드가 회사들을 약탈했고, 그 이익은 상위 10%의 호주머니로 쏠렸습니다. 나머지 90%의 사람들은 빚만 늘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이 구조는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이런 종류의 시스템은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일반 사람들의 현실을 들여다봅시다.
여러분의 지갑 속 신용카드를 꺼내 보세요. 한 달에 얼마나 사용하시나요? 매달 카드 대금을 완납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최소 결제액만 내고 있나요?
허드슨이 지적하는 가장 대표적인 폰지 사기가 바로 이 신용카드 시스템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영희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희는 월급이 2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번 달에 예상치 못한 병원비가 50만 원 나왔습니다. 영희는 현금이 없어서 신용카드로 결제했습니다. 다음 달, 카드 대금이 청구됩니다. 영희는 50만 원 전액을 갚을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최소 결제액' 5만 원만 냅니다. 나머지 45만 원은 다음 달로 넘어가고, 그 45만 원에 20%의 이자가 붙습니다. 45만 원의 20%는 9만 원입니다. 영희는 돈을 빌린 것도 아닌데, 9만 원이라는 이자를 떠안게 됩니다.
다음 달, 영희는 또 다른 병원비가 나왔습니다. 또 카드를 긁습니다. 이제 빚은 45만 원 + 새로 쓴 50만 원 = 95만 원이 되었고, 거기에 또 20%의 이자가 붙습니다.
이런 식으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영희는 매달 최소 결제액만 내지만, 빚의 전체 금액은 줄어들지 않고 늘어납니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계속 부어도 수위가 차오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게 바로 폰지 사기의 핵심 구조입니다.
폰지 사기(Ponzi scheme)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새로 들어온 사람의 돈으로 기존 사람의 이자를 갚아주는 방식입니다. 신용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희는 새로운 빚(이자)을 내기 위해 또 빚을 냅니다. 이자는 원금에 붙고, 그 이자에 또 이자가 붙습니다.
이 구조가 유지되려면 끊임없이 더 많은 빚이 필요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빌려야, 기존 사람들이 이자를 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빚의 노예가 됩니다.
그런데 이제 그 한계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폭등하고 있습니다. 휘발유 가격, 전기 요금, 식료품 가격... 모든 것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월급은 그대로입니다. 아니,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줄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생필품을 사는 것도 버거워졌습니다. 신용카드 빚을 갚을 여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중소 제조업체의 사장님이라고 합시다. 공장을 돌리려면 전기가 필요하고, 제품을 운반하려면 기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전기 요금이 30% 올랐고, 기름값은 50%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임금 근로자들)은 이미 카드 빚에 허덕이며 돈이 없습니다. 제품 가격을 올리면 아무도 안 삽니다.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여러분이 손해를 봅니다.
결국 여러분의 회사는 매출이 줄고, 이익이 줄고, 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 이자는 그대로입니다. 어느 순간, 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허드슨이 말하는 폰지 사기의 붕괴 지점입니다.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빚이 필요하다. 그런데 더 이상 빌릴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그러면 시스템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진다.
여기서 중요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오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서 잡는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허드슨은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대공황 직전의 디플레이션 신호다.
디플레이션이란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물가가 하락하면 기업들은 더욱 더 망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팔지 않으면 내일 더 싸게 팔아야 한다"는 기대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리기 때문입니다.
1929년 대공황이 바로 그런 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상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기름값, 전기값, 식료품값은 오르는데(인플레이션), 사람들은 살 돈이 없어서 물건을 안 삽니다(디플레이션). 이 두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괴이한 상황입니다.
허드슨은 이 혼란의 원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경제를 금융 부문에 희생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본질이다.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 은행과 투자자들이 이익을 내기 위해서, 국민들의 생활과 기업들의 생산 활동은 희생되어도 괜찮다는 사상.
월급은 동결하고, 복지는 삭감하고, 공기업은 민영화하고, 규제는 철폐하는 모든 정책들은 결국 "금융 부문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 모두는 폰지 사기의 마지막 단계에 서 있습니다. 더 이상 빌려줄 사람이 없을 때, 그 종이탑은 무너집니다.
이제 그 종이탑을 누가 어떻게 받쳐주고 있는지, 그리고 그 받쳐주는 손이 어떻게 떨어져 나가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월스트리트의 결탁
자, 여기서 잠깐 숨을 고르고 이런 질문을 던져 봅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이 엉망진창인 시스템을 누가, 어떻게 유지하고 있을까요? 폰지 사기가 무너지기 직전이라면, 그 종이탑의 마지막 조각을 누가 받쳐 주고 있는 걸까요?
답변은 간단합니다.
"당신 같은 일반 사람들이요."
그리고 이 '당신에게 떠넘기기' 작전의 최전선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월스트리트가 있었습니다. 아주 아름다운 우정이죠.
먼저, 이들의 관계부터 살펴봅시다.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캠페인에 돈을 가장 많이 쏟아부은 인물 중 한 명이 스티븐 슈워츠먼이라는 사람입니다. 이분은 세계 최대 규모의 대체 자산 운용사(Alternative Asset Manager, 쉽게 말해 일반 주식 말고 사모펀드, 부동산, 헤지펀드 등에 투자하는 회사)인 블랙스톤(Blackstone)의 CEO입니다.

블랙스톤이 뭐 하는 회사일까요?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그 사모펀드 업계의 제왕입니다. 병원을 약탈하고, 회사를 해체하고, 직원들을 해고하는 그 business의 대모입니다. 그런데 이분이 트럼프 캠페인의 최대 기부자입니다. 이미 여기서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2025년 8월, 트럼프는 한 가지 행정 명령(Executive Order)에 서명합니다.
명령의 제목은 이렇습니다.(요놈에 민주화는 정말이지 어디든 사용됩니다, 그렇죠?!)
"401(K) 투자자를 위한 대체 자산 접근성 민주화"
한국말로 번역하면, "국민연금(미국 401K는 우리 국민연금과 비슷한 개인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사모펀드 같은 대체 자산에도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입니다.
겉으로 듣기에는 아주 훌륭한 정책 같습니다. "그동안 부자들만 누리던 고수익 투자 기회를 이제 서민, 중산층도 누리게 해 주겠다!"는 취지니까요. 하지만 이걸 보고 경제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국민연금을 폰지 사기의 마지막 타자로 만드는 법이다."
왜 그럴까요? 속을 들여다봅시다.
사모펀드와 사모 대출 시장은 지금 부실 자산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공치는 치킨집"에 빌려준 돈이 받을 수 없는 불량 대출(non-performing loan)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의 큰 손들은 이 부실 자산을 누군가에게 팔아서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도망가야 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똑똑한 큰 투자 은행들이 이런 쓰레기 같은 자산을 사지 않을 테니, 가격이 폭락해야 정상입니다. 그러면 사모펀드 회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봅니다.
아))) 하지만 여기서 '401K 민주화'라는 이름의 행정 명령이 등장합니다. 마치 마법 지팡이처럼, 이제는 여러분의 퇴직연금이 그 쓰레기 자산을 사도록 길을 열어주는 겁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 명령으로 규제를 풀어주자, 금융 회사들은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평소에 은행에서 '자산 관리사'나 '재무 상담사'를 만나면, 그분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고객님, 요즘 일반 주식은 수익이 너무 낮아요. 저희가 추천하는 이 특별한 사모 펀드에 투자하세요. 연 10% 수익은 거의 보장합니다."
사실 이 상담사들은 사모 펀드 회사로부터 뒷돈을 받고 여러분을 끌어들이는 영업 사원일 뿐입니다. 마치 중고차 딜러가 폐차 직전의 차를 "아주 잘 관리된 차량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여기서 아주 익숙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2007~2008년, 바로 그랬습니다.
그때는 월스트리트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y)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서민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주고, 그 빚을 여러 개로 쪼개서 주식처럼 포장한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너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는 겁니다(혹은 알면서 숨겼습니다). 그래서 은행들은 이 쓰레기 자산들을 다시 포장해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담보부채증권)라는 더 복잡한 금융 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복잡히신가요? 고리대금 업자들은 이런 일에 특화된 집단입니다.)
그리고 신용평가기관들(S&P, Moody's 등)에게 돈을 주면서 말했죠. "이 상품을 좀 AAA 등급(최고 등급, 거의 무위험)으로 평가해 주세요." 신용평가기관들은 돈을 받고 "네, 이 상품은 아주 안전합니다"라고 도장을 찍어줬습니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 쓰레기 자산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었고, 수백만 명이 집을 잃고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런데 은행장들은 보너스를 받고 퇴직했고, 일반인들은 그 여파로 10년을 고생했습니다. 아)) 그리고 또다시...
2025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그때는 부실 주택담보대출이었다면,
> 지금은 부실 기업대출(사모 대출)입니다.
< 그때는 CDO였다면,
> 지금은 사모펀드 ETF(일반인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사모펀드 상품)입니다.
< 그때는 신용평가기관이 AAA 등급을 떼어줬다면,
> 지금은 재무 상담사들이 "연 10% 확정 수익"이라고 속삭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쓰레기 상품을 사들이는 마지막 투자자는 바로 여러분입니다. 401K(퇴직연금), 개인 저축, 주식 계좌...
특히 우려되는 점은 로빈후드(Robinhood) 같은 주식 거래 앱입니다. 이 앱은 주식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사용자들의 주문 데이터를 월스트리트에 팔아서 돈을 법니다. 그리고 게임처럼 화려한 인터페이스로 젊은이들을 유혹합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누구나 투자자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많은 젊은 남성들이 저축을 탕진하고, 변동성이 큰 파생상품(옵션, 선물 등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가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트럼프 행정부는 "서민을 위한 금융 민주화"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그 실체는 월스트리트의 부실 자산을 일반 국민의 퇴직연금에 떠넘기는 퇴직연금 약탈 작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전의 배후에는 2008년 위기를 일으킨 바로 그 은행들과, 그들에게 캠페인 자금을 대는 스티븐 슈워츠먼 같은 인물들이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습니다.
이런 쓰레기 상품을 대체 누가 사느냐고요? 바로 여러분의 연금이 삽니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보겠습니다.
연기금 자본주의와 일반 투자자들의 함정
자, 이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춰 보겠습니다.
앞에서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 월스트리트가 쓰레기 자산(부실 대출)을 만들었고,
> 트럼프 행정부가 그 쓰레기를 일반인들이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고,
> 재무 상담사들이 "연 10% 수익"이라고 속삭이며 팔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대체 누가 이 쓰레기를 살까요?
여러분은 "당연히 바보가 사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보'가 아니라, 여러분의 퇴직연금이 산다는 겁니다.
연기금(Pension Fund)이란 무엇일까요?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회사에 다니면, 매달 월급에서 일정 금액(예: 10만 원)을 떼어서 '나중에 받을 연금'으로 적립합니다. 회사도 조금 보태줍니다. 이렇게 모인 돈은 그냥 통장에 썩혀 두는 게 아니라, '연기금 운용사'라는 데서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서 불려 줍니다.
이론적으로는 아름답습니다. "여러분이 젊을 때 조금씩 모아두면, 은퇴할 때 목돈이 되어서 매달 연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연기금 운용사'가 누구와 거래하느냐입니다. (부디 여러분이 한국의 연기금 운용자가 누구와 거래하는지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허드슨의 핵심 통찰:
투자 회사들이 거래하는 상대방이 소위 '일반 사람들'일 때, 그 '일반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실 연기금이다.
무슨 뜻일까요?
여러분이 직접 주식을 사고팔 때, 여러분의 상대방은 다른 일반 투자자일 수도 있고, 기관 투자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연기금은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1,000조 원이 넘습니다. 미국의 401K 시스템도 수천 조 원입니다.
이런 거대한 자금이 움직일 때, 그 상대방은 대부분 월스트리트의 큰 투자 은행이나 사모펀드입니다.

그리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블랙스톤(Blackstone) 같은 거대 사모펀드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 "우리는 이제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새로운 기회는 없다. 시장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 "손실을 최소화하자. 그리고 그 손실을 누군가에게 떠넘기자. 누구에게? 노동자들에게. 연기금에게."
이게 바로 '연기금 자본주의(Pension Fund Capitalism)'의 어두운 이면입니다.
한 가지 아주 생생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암호화폐(코인)를 발행했습니다. 멜라니아 트럼프(부인)도 자신의 이름을 딴 코인을 발행했습니다. 초기에 이 코인들은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뉴스에 나오고, 사람들이 "트럼프 코인, 10배 올랐다!"라고 떠들썩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가격이 95% 폭락했습니다.
누가 돈을 벌었을까요? 트럼프 일가와 일찍 들어간 내부자들입니다.
누가 돈을 잃었을까요? "이제는 암호화폐도 대세"라고 생각하며 늦게 뛰어든 일반 투자자들, 즉 여러분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트럼프 코인은 그냥 하나의 사기극(Scam)에 불과했지만, 이 구조는 더 크고 더 교묘한 방식으로 연기금 시장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ㅡ허드슨이 말하는 '신뢰 게임(Confidence Game)'
여기서 '신뢰 게임'이란, 상대방의 신뢰를 얻은 후에 그 신뢰를 이용해 먹잇감을 속이는 사기 수법을 말합니다.
월스트리트는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미국 소비자들이 월스트리트라는 카지노에 기꺼이 돈을 걸도록 만들 수 있을까?"
카지노의 룰은 간단합니다. 카지노는 항상 이깁니다. 플레이어(여러분)는 결국 손해를 봅니다. 카지노는 원래 그렇게 설계된 곳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계속 카지노에 갈까요? 가끔 한 명이 크게 따는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도 똑같습니다. 가끔 어떤 펀드가 연 30% 수익을 냈다는 소문이 퍼집니다. 사람들은 "나도 늦기 전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의 액티브 펀드(적극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는 시장 평균 수익률(S&P 500)조차 따라잡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고수익'이라는 미끼에 물립니다.
ㅡ허드슨의 충격적인 비유: '미국 경제의 알바니아화'
알바니아는 동유럽의 작은 나라입니다. 1990년대에 이 나라에서 엄청난 폰지 사기 사건이 터졌습니다. 전 국민이 사기성 저축 회사에 돈을 넣었다가 한순간에 모두 날렸습니다.
허드슨은 말합니다.
미국 경제 전체가 지금 알바니아처럼 변하고 있다.
또 다른 비유: 옐친(Boris Yeltsin) 치하의 러시아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된 직후의 러시아를 생각해 보세요. 경제는 혼란스러웠고, 국민들은 가난했지만, 소수의 과두주(올리가르히)들은 국영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습니다.
허드슨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1994년 모스크바 지하철역에 가면, 벽마다 광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 은행에 예금하면 연 33%의 이자를 드립니다.'라고요. 그런데 그 은행들은 모두 사기였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넣었다가 한 푼도 못 찾았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똑같지 않나요? "연 10% 수익"을 약속하는 사모펀드, "위험은 거의 없다"는 재무 상담사들...
여기서 가장 교활한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연기금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임금을 억제하는 장치라는 것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만약 정부가 제대로 된 공적 연금 시스템(우리의 국민연금 같은)을 운영한다면, 그 돈은 정부가 관리하고, 모든 국민에게 비교적 공평하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미국은 1980년대 이후로 공적 연금을 약화시키고, 대신 401K처럼 개인이 책임지는 퇴직연금 시스템을 강화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개인이 자유롭게 투자해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실제 결과는: "개인의 퇴직연금이 월스트리트의 먹잇감이 되었다."
회사 입장에서도 401K는 좋은 제도입니다. 예전에는 회사가 직접 연금을 운영해야 했지만, 지금은 직원 월급에서 돈을 떼서 직원 이름의 계좌에 넣어주면 끝입니다. 회사 부담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그 결과, 직원들은 은퇴 후에 받을 연금이 얼마일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장이 좋으면 연금이 늘어나고, 시장이 나쁘면(은퇴 직전에 주가가 폭락하면) 평생 모은 돈이 반 토막 납니다.
사모펀드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봅시다.
- 거품을 만든다. 저금리 시대에 싼 돈을 빌려서 자산(회사, 부동산 등)을 사들인다.
- 가격을 끌어올린다. (때로는 회계 조작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 정점에서 판다. 이때 파는 상대방은 대부분 연기금이나 일반 투자자들이다.
- 다음 먹잇감을 찾는다. 남은 건 폐허가 된 회사와 손실을 본 연금 가입자들.
결론적으로:
우리는 모두 한 거대한 카지노에 앉아 있습니다. 딜러는 월스트리트의 큰 손들입니다. 그들은 카드가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언제 돈을 걸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카지노의 가장 큰 플레이어는 바로 여러분의 미래, 즉 여러분의 연금입니다.
여러분이 젊어서 땀 흘려 번 돈, 은퇴 후에 편하게 살려고 모은 그 돈이 지금 월스트리트의 폰지 사기를 구제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무엇일까요?
허드슨은 말합니다. "폰지 사기는 항상 붕괴로 끝난다."
그 붕괴의 순간, 누가 살아남을까요? 이미 현금을 챙겨서 빠져나간 상위 0.1%의 금융 과두주들일까요? 아니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우리들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안타깝게도, 역사가 이미 여러 번 말해 주었습니다.
결론: 다중 위기의 중첩
이제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긴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2009년 오바마 정부의 제로 금리 결정부터, 사모펀드의 약탈, 부의 편중, 신용카드 폰지 사기, 트럼프 행정부의 결탁, 그리고 연기금의 함정까지.
이 모든 실타래는 지금 이 순간, 한데 얽혀서 하나의 거대한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추가로 얽혔습니다. 바로 전쟁입니다.

ㅡ에너지 위기: 휘발유 한 방울이 어떻게 경제를 마비시키는가
벤 노턴이 지적하듯이, 미국의 이란 침략 전쟁(또는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은 국제 유가를 폭등시켰습니다.
이게 왜 문제일까요?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배달 대행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하루 종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려면 휘발유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휘발유값이 두 배로 뛰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 배달비를 올린다 → 그런데 손님들은 "배달비가 너무 비싸다"며 주문을 취소한다.
- 배달비를 그대로 유지한다 → 그런데 내 통장에서 나가는 기름값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본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여러분은 손해입니다.
이것은 배달 대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운송이 필요합니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채소, 택배로 오는 옷, 공장에서 쓰는 전기... 모든 것의 가격에 기름값과 전기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릅니다.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지출을 줄입니다. 지출이 줄면 기업들은 망합니다. 기업들이 망하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습니다.
이 악순환의 시작에 전쟁이 있습니다.
ㅡ신용 위기: 두 번째 화살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에너지 위기와 동시에 민간 부문 신용 위기가 터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사모 대출 시장의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코로나 시절에 정부가 돈을 풀었을 때, 많은 기업들이 싼 이자로 돈을 빌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금리가 폭등하면서, 그 기업들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그 기업에 돈을 빌려준 사모펀드도 손실을 봅니다. 사모펀드가 손실을 보면, 그 펀드에 돈을 넣은 연기금(여러분의 퇴직연금)도 손실을 봅니다.
이게 바로 '전염 효과(Contagion Effect)'입니다. 한 군데에서 난 불이 옆집으로, 또 옆집으로 번지는 것처럼, 금융 시스템 전체가 동시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ㅡ탈산업화와 소비 의존: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더 이상 '무언가를 만드는' 경제가 아닙니다. 공장들은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 해외로 다 빠져나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탈산업화(Deindustrialization) 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는 무엇에 의존할까요? 바로 소비입니다.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외식을 하고, 여행을 가고, 넷플릭스를 보는 그 모든 지출이 미국 경제의 엔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소비의 절반을 가장 부유한 10% 가 담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나머지 90%의 사람들은 빚을 내면서까지 소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한도를 늘리고,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학자금 대출을 연기하면서 겨우 버티는 겁니다.
이 구조가 얼마나 위험한지 상상해 보세요.
어느 날, 갑자기 그 부유한 10%가 "요즘 경기가 불안하니 소비를 줄이자"고 마음먹습니다. 또는 정부가 부자 증세를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들의 소비가 줄어듭니다. 그 순간, 미국 경제 전체가 심장 마비를 일으킵니다. 왜냐하면 나머지 90%는 이미 더 이상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ㅡ모든 것의 근원: 2009년의 잘못된 선택
허드슨은 이 모든 혼란의 시작점을 하나로 꿰뚫습니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의 선택이 잘못되었습니다.
그 당시, 은행들을 구제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방법: 나쁜 은행들을 파산시키고, 대신 새로운 은행 시스템을 만드는 것. 마치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에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은 아프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시스템이 탄생합니다.
두 번째 방법: 무너지기 직전의 건물에 철골 구조물을 덧대서 겉으로는 서 있는 척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제로 금리 정책이었습니다.
미국은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당장 무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명분 아래, 은행들에게 공짜 돈을 푸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은행들은 살아났습니다. 하지만 그 은행들이 다시 생산적인 대출(공장 건설, 기술 개발 등)을 하지 않고, 부동산과 금융 자산(기존 자산)에 투자했습니다.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었고, 빈자들은 더 많은 빚을 떠안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빚의 눈더미는 지금,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ㅡ 폰지 사기는 항상 붕괴로 끝난다!
폰지 사기의 창시자, 찰스 폰지(Charles Ponzi)를 기억하십니까?
그는 투자자들에게 "45일 만에 50% 수익"을 약속했습니다. 초기 투자자들에게는 실제로 그 수익을 지급했습니다. 물론 그 돈은 새로운 투자자들이 넣은 돈으로 충당한 것입니다. 폰지 사기가 유지되려면 끊임없이 더 많은 신규 투자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더 이상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오지 않는 한계점에 도달합니다. 그때 거품은 꺼집니다.
미국 경제도 지금 그 지점에 서 있습니다.
> 더 이상 빚을 늘릴 수 없는 소비자들
> 더 이상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들
> 더 이상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수 없는 연기금들
모든 지표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허드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대공황과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폰지 사기의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채무 불이행이 증가하고,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
ㅡ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허드슨은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분석은 분명한 방향성을 암시합니다.
>만약 문제가 '빚의 눈더미'라면, 해결책은 '빚 탕감'일 수 있습니다.
>만약 문제가 '금융 부문의 약탈'이라면, 해결책은 '강력한 규제'일 수 있습니다.
>만약 문제가 '부의 편중'이라면, 해결책은 '진보적 조세'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해결책들이 현재의 권력 구조(월스트리트가 정치를 지배하는 구조)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입니다.
붕괴.
그리고 그 붕괴의 한복판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항상 같았습니다. 바로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마이클 허드슨이 우리에게 전하는 경고이자, 냉혹한 현실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lv49u3Q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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