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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우리는 남이다.

산맥 사이에 갇힌 영혼들  



조령 이남, 첩첩산중.  
영남은 산맥이 만든 자연 VIP 룸입니다.  
신라 김씨가 “우린 흉노 피”라고 우기던 그 자뻑 신화는  
아마도 “우리가 남이가”라는 배타성 DNA가  
이미 태초부터 깃들었다는 스포일러였을 것입니다.

산은 자연의 방음벽이자 집단 카톡방이었습니다.  
안으로는 “야, 우리끼리만” 끈끈,  
밖으로는 “문 잠갔다” 닫힘.  
‘우리가 남이가’는 원래  
“함께라면 산도 넘는다”는 멋진 구호였는데,  
지금은 “산 너머는 적”이라는 방어 태세로 진화했습니다.

박정희라는 지역의 슈퍼스타가 등장하자  
“우리 사람” 만들기 올인.  
산이 가로막은 외부 불신은  
내부 VIP 리스트를 더 단단히 만들었습니다.  
의전서열 10위권?  
경상도 인사로 풀북킹.  
숨길 생각도 없습니다.

같은 지역 출신이 서울말 쓰면 왜 격분하나?  
“배신자!”  
집단 순수성을 지키려는 강박이  
언어 선택까지 감시합니다.  
산맥이 그들을 가둔 게 아니라,  
그들이 서로를 산맥처럼 가둡니다.

하지만 “산 때문에 배타적이다”는  
너무 쉬운 변명입니다.  
산은 고립을 줬지만,  
배타성은 선택입니다.  
산을 핑계로 차별·독점을 정당화하는  
마음가짐이 진짜 문제입니다.

‘우리가 남이가’를 되돌려보자.  
“우리가 진짜 ‘남’이랑 다를까?”  
산 넘어, 바다 건너 세상이 열린 2025년에  
아직 산골짜기 사고방식으로  
스스로를 가두는 건  
자기 발목에 GPS 달기입니다.

진짜 자부심은  
문 잠그는 데 있지 않고,  
문 열고 “들어와” 하는 데 있습니다.  
영남의 끈끈함이  
배타성 → 포용성,  
독점 → 공유로 업글될 때,  
‘우리가 남이가’는  
“야, 우리 진짜 남다르네?”라는  
멋진 자랑이 될 것입니다.

그쪽 분들은 인정하셔야 합니다.

“산은 가두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가뒀습니다.”

누군가는 인정하든 말든, 지역주의든 인종주의든, 사람이 사회적으로 구분짓는 본능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요. 그건 “우리가 누구인가”를 정의할 때, 늘 “우리가 아닌 자”를 함께 상상하기 때문이죠.

영국의 사례는 아주 적절합니다. 거긴 단순한 감정 대립이 아니라, 피로 세워진 경계선의 역사예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엔 수백 년간의 식민지화, 학살, 언어 말살, 교회 분열이 있었습니다.

예컨대 17세기 울스터 식민화 정책에선 아일랜드 땅을 강제로 몰수하고 잉글랜드·스코틀랜드 개신교도들을 이주시켰죠.

그게 훗날 북아일랜드의 카톨릭-개신교 분쟁, 즉 “트러블스(The Troubles)”로 이어졌습니다.

한 세기 전만 해도 런던에서는 아일랜드인을 “문명화되지 않은 부족”이라 부르며 일자리조차 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의 영국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살벌한 지역 정체성들을 인정한 다음에야 국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통합은 ‘동일화’가 아니라 조율된 차이의 공존이에요.
영국의 지방자치제(devolution)는 스코틀랜드 의회, 웨일즈 의회, 북아일랜드 의회를 따로 두죠.

그건 국가가 “통합하려는” 게 아니라 “분리된 정체성을 제도적으로 안전하게 유지하려는” 방식입니다.

한마디로, 갈등을 억누르지 않고 관리 가능한 긴장 상태로 고정시킨 것이죠.

이걸 한국에 적용하면, “지역주의는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라 제도화되지 않은 다양성”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즉, 경상도·전라도·충청도의 문화 차이는 아직도 정치·경제적으로 발언권의 균형을 찾지 못한 상태인 거예요.

문제는 ‘차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차이를 다룰 정치적 언어의 빈곤입니다.

결국 조화란 “없애는 게 아니라, 다룰 줄 아는 기술”이에요.

영국이 피로 배운 걸, 우리는 제도로 배워야 한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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